시간제 일자리
- 일상의 단상/le discours
- 2014. 5. 12. 00:29
2013년도부터 추진되어 온 시간제 일자리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기사(클릭)를 볼 수 있습니다. 아직 과도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기사에서도 나왔듯이, 시간제 일자리가 정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시간제 일자리와 전일제 임금 격차는 50%가 넘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시간제 노동자의 시급은 7,650원이고 정규직 노동자의 시급은 1만3,766원입니다. 같은 노동이라고 가정한다면 시간제 노동자는 정규직보다 절반가량밖에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제대로 정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제도의 롤 모델을 네덜란드로 꼽고 있습니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상황은 우리와 사뭇 다릅니다.
"지난 1980년대 초부터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한 네덜란드는 일반 기업은 물론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시간제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임금 수준과 승진 등에 있어 전일제 근로자와 차별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영국 정부는 아예 시간제 근로자와 전일제 근로자의 차별대우를 금지하는 시간제 근로자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 상기 기사 중
아래 도표를 보면 네덜란드는 시간제 일자리가 가장 잘 정착된 나라답게 근로시간 또한 월등이 낮은 편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2,193시간이 많아 보이지만 이것 또한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한 것입니다. 2,193시간을 52주로 나누면 주당 근로시간은 42.18시간입니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는 자영업자의 근로시간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자료이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우리 나라의 직장인의 현실을 본다면 아마 그 시간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지난 4월에 국회 환노위에서 추진된 근로시간 단축 논의도 재계의 완강한 반대가 있었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재계의 반대 이유는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줄이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과 근로시간 단축이 중소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재계의 이런 주장은 앞뒤가 바뀐 주장입니다. 위 두 그래프를 통해 보듯이 근로시간과 노동 생산성의 상관계수는 -0.56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들수록 노동생산성이 높아집니다.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일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
미래로 갈수록 노동보다는 가정이 중요시되는 노동관이 확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많은 청년들을 상담하면서 직업가치관 검사를 하게 하면, 십중팔구 '몸과 마음의 여유'가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으로 나옵니다. 그런 측면에서 시간제 일자리는 잘 정착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없어지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지켜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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