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취업 후진학 제도에 관한 단상(한국고용정보원 이슈브리프를 보고나서)

  필자는 인문계고를 나오고 대학에 진학한 후 취업을 하였다.(정확히 말하자면 군대를 갔다.) 그렇기 때문에 특성화고에서 학생들에게 대학 가는 것보다 취업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해야 하는 선취업 후진학 관련 강의를 할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왜냐하면 나의 스토리를 이야기 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통계자료나 신문 기사 등을 활용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바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쉽게 이야기 할 수 없게 만드는 통계자료가 나왔다.


- 청년층 고용률이 악화되고 있음

2013년 청년층(15~29세) 고용률(=취업자/생산가능인구)은 39.7%로 고용률 통계가 작성된 지난 1982년 이후 처음으로 40% 아래로 하락

중장년, 여성 등의 고용률이 개선되는 가운데 청년층만 유독 악화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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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출처 : 한국 고용정보원 Issue Brief | 2014년 47호



  물론 위의 이슈 브리프의 통계자료는 2003년도부터 집계된 자료이기 때문에 2000년대 후반부터 장려된 고졸 취업 정책의 효과가 미비함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해서 고졸 취업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도 작년 12월에 있었던 청년위원회 제2차 회의와 올 2월에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통령 담화문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 또한 강력하다고 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정부 정책을 평가하기에 이르다 할 수 있다.


  그러나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대학가는 것 보다 고졸 취업이 낫다고 강조하기에는 아직 우리의 현실이 뒷받침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적인 느낌이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에는 군대 문제가 걸려 있기에 졸업 후 취업을 한다 해도 고용이 지속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의 경우 고졸과 대졸의 심리적 차별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이슈 브리프의 마지막 결론부에는 다음의 내용이 있다.


 분석결과를 요약하면 청년층 고용율의 하락은 고학력화와 재학기간의 증가에 근본적 원인이 있음.

- 하위 집단별로는 20~24세 남녀 순수고졸자, 25~29세 남자 순수고졸자, 25~29세 남자 4년제 대졸자 등의 고용률 저하가 나타남.

- 반면, 25~29세 청년층의 경우 기혼 여자의 고용률이 호전되고 있음.  고졸자의 고용률 제고를 위해서는 고졸 채용 기회 확대, 직업훈련 강화, 고용 서비스 제공, 고교 진로지도 강화 등이 필요함.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는 아마도 위의 결론이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직도 존재하는 고졸과 대졸을 차별하는 우리 사회의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필자의 대학 전공은 프랑스어이다. 대학의 전공과 현재의 나의 일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아니, 관계가 없기에 진로와 관계된 일을 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학에서의 전공을 일하는 현장에서 살리는 사람은 이외로 많지 않다.(좀 오래된 통계자료지만 2005년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공과 직업이 전혀 밀접하지 않거나 별로 밀접하지 않은 사람은 약 33%정도가 된다. 건축, 교육, 의학 분야를 제외하고 전공과 밀접한 직업을 가진 경우는 조사 대상의 50% 미만이었다.) 이런 통계를 볼 때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학에 가는 것이 필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나의 경우가 그랬다.) 그런데도 대학 진학률이 높기 때문에 대졸 취업률이 낮을 수 밖에 없고, 그래서 결혼 연령도 늦어지고 있으며, 출산률도 점점 낮아진다.(물론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이 이유로 우리나라의 미래 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외국의 보고서가 있다는 기사를 몇 개월 전에 본 적이 이다.(스크랩을 미처 하지 않은 그 기사를 아무리 검색해봐도 찾지 못했다. - 설마 기사를 내린 것은 아니겠지?) 아마 정부 관계자들도 이러한 사실을 알기에 선취업을 강조하고 있을 것이다.


  선취업 후진학을 장려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학력에 대한 우리나라의 시선과 문화가 바뀌어야 고졸 취업이 늘어날 것이고, 청년 고용률도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에 대한 시각 또한 달라져야 하며, 인건비가 현재보다는 2배 이상 올라야 할 것이다.(2배라는 숫자의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아니면 최근 논의가 일고 있는 기본소득제도가 정착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최근 특성화고는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느라 무척 애를 쓰고 있다. 취업률에 따라 학교에 대한 지원금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선에서 일하는 교사들은 무척 힘이 들 것이다.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하기에는 변수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졸 취업자의 근속년수는 대졸 취업자의 근속년수보다 짧기 때문에 더욱이 그렇다. 


  두서없이 쓰다보니 배가 산으로 간 느낌이지만, 결론은 정부가 정책을 통해 청년 고용을 아무리 선도한다 해도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과 문화가 바뀌어야만 선취업 후진학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고졸 취업이 좋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때가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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